[요르단] 좋아해
중동 사람들의 얼굴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집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시리아 사람들 각각 고유한 외모의 분위기가 있고, 표정도 다르다.
웃음이 있는 얼굴을 가진 사람, 조금 험상궂어 보이는 사람, 그리고 기골이 장대한 사람들까지.
그중 요르단 사람들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잘생긴 얼굴로 유명하다고 한다. 현지 친구도 그렇게 이야기해줬다.
중동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녀 본 지인도
“요르단 사람들이 중동에서 가장 깔끔하고 세련됐고, 외모도 준수한 편이야.”
라고 말해줬다.
처음 요르단 사람들의 얼굴을 접했을 땐 전통적인 베두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통 베두인의 얼굴은 요르단인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베두인들은 보통 피부색이 더 짙은 편이고, 요르단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의 만남 속에서 지금의 외모가 형성됐다고 한다.
매일 마주치는 요르단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강인하다’는 느낌이 든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나이에 비해 조금은 늙어 보이는 인상.
무심코 지나가며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많이 없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은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만으로 이들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화답한다.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와살라무 알라이꿈”
이라는 아랍 인사를 하면,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그들의 얼굴 근육은 활짝 움직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입술은 이빨이 모두 보일 정도로 벌어지고, 커다란 눈 옆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긴다.
세월의 흔적이 많은 얼굴이라면, 그 주름 하나하나가 움직이면서 인사를 받는 따뜻한 장면이 연출된다.
매우 자주, 자연스럽게 웃는 그 표정은 한국 아저씨들에게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이들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짓는 표정이라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고, 그 웃음에 나도 어느새 웃고 있게 된다.
조금 더 친한 사람이라면, 손을 잡고 볼을 맞대 인사를 나눈다.
가끔은 수염이 가득하거나, 방금 면도해 거친 피부를 가진 이들과 볼을 맞대면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그들의 표정을 볼 때면, 작은 눈과 입술을 가진 나도 나름 크게 움직여 그 웃음에 보답하려 애쓴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여러 능력을 통해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되었고, 봉사단원으로 생활하였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지식적인 면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항상 느끼는 건, 내가 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것.
무언가를 주기 위해 왔지만, 어느새 내 안이 채워지고 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만 건넸을 뿐인데, 웃음으로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빨을 다 보이며 웃는 일은 드물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웃음을 자연스럽게 짓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한국에서는 웃지 않는 사회를 위해 웃음을 ‘노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별다른 매개체 없이도 언제나 신선한 웃음을 공급받는다.
물론 가끔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만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요르단에 오게 된다면, 이들의 얼굴에 겁먹지 말고 먼저 인사해보길 바란다.
“와살라무 알라이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