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살았던 타필라는 요르단 남부의 작은 도시다. 수도 암만에서 승용차로는 세 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람들의 탑승 속도에 따라 세 시간 반에서 여섯 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만큼 오기 어려운 곳이기에, 요르단에 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조차 좀처럼 발길을 옮기지 않는 지역이다. 외국인이 거의 없는 이 도시에 내가 산다는 건, 그 자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준비할 것이 많아진다. 음식이며 과일, 차 한 잔까지도 타필라에서는 즉석에서 준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 공과대 학장에게 미리 외부 방문자의 일정을 알리곤 했다. 혹시 모를 오해나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코이카의 여성 단원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