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생활

[요르단] 야!! 오르돈~

anwarkim 2025. 4. 17. 03:51

요르단

 

습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월의 마지막 주, 지금 요르단은 건기이다. 이곳 사람들의 날씨 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한국에선 비가 오고 날이 어두우면 별로 좋은 날씨가 아니지만, 요르단에서는 매우 좋은 날이다.

요르단 교육기간 중 비가 내리는 날 정부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를 맞이해준 어느 노신사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가 내리는 날 방문한 당신들은 복을 가져오는 사람들이에요.”

한국에 까치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비가 복을 가져오는 선물이다. 하늘이 어둡고 햇빛이 보이지 않는 날은 좋은 날이다. 사막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계로 뜨거운 햇빛은 이들에게 인내를 가르쳐 준다.

나 또한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날이 흐리거나 비 내리는 특별한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한낮의 태양을 무방비로 맞이했다가는 저녁에 온몸이 뜨거워 고생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몸이 이상한데, 졸리기만 하고,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이상해…”

현지 훈련 기간 중 단원들 사이에서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이야기다. 요르단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은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해 아픈 병아리처럼 시들시들하는 경우가 많다. 6~7시간의 시차도 있지만, 요르단의 대부분 도시는 해발 10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해발 기준점은 26.6871m이다. 대부분의 도시가 이 해수면에서 가깝게 위치하지만, 요르단은 무려 1000m 정도나 차이가 난다. 처음 이곳에 와서, 한국에서는 즐기지 않던 낮잠을 자고 또 저녁이 되면 일찍 침대로 향하는 두 달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요르단의 고지(高地)에 적응이 되었다. 요르단에 입국하고 나서 몸의 기능이 나빠졌다고 생각하지 마시기를.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영특한 몸은 100% 적응력을 보여준다.

“야, 하람!”

예전에는 요르단 사람들이 나에게 하던 단어였는데, 이제는 내가 요르단 사람들에게 하는 단어가 돼버렸다.
‘하람’은 아랍어로 신성한 상태를 의미하며, 속된 것과 구별되는 동시에 ‘금기(禁忌)’를 뜻한다. 부정함의 측면뿐 아니라, 정결함의 의미까지 포함된 단어이다. (출처: 위키백과)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거나 머리 모양이 이곳 사람보다 긴 내 모습을 보고, 같이 일하는 교수는 나에게 “하람”을 연발하였다.
“뭐 어때! 내 개성대로 사는 세상인데…”라는 생각으로 꿋꿋이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반바지보다는 긴바지를, 긴 머리카락보다는 짧은 머리카락을 유지하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혹은 택시를 타고 가다 노출이 심한 여성분들을 보면 “하람”을 외친다.
또 남녀가 손을 잡고 가는 장면을 보아도 “하람”을 외친다.
어느새 이들과 동화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하람’에 대한 자세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무슬림 사회의 규정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것,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야!!”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 전, 이곳에서는 “야”를 이름 앞에 붙인다.
“야! 아무개야!” 하고 사람을 부른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모든 사람 이름 앞에는 “야”가 붙는다.

사람에 따라서 “야”라는 단어의 강약이 달라진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강한 “야”를, 친한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야”를 발음한다.
지금은 마치 혼자만의 암호처럼 생각되는 이 일상의 단어들.

 

요르단에는

  • 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성전, 트랜스포머 2의 배경이 된 페트라,
  • 고대 로마의 도시 옴까이스, 제라쉬, 펠라,
  • 성경 속 장소인 느보산, 아론의 무덤,
  • 죽음의 바다 사해, 요단강, 얍복강 등이 있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성경적 장소가 많은 요르단은,
선지자들의 고향과 구약 시대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된 나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거대한 역사적 장소들보다도 나를 감동시키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이곳, 요르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이지, 안치환의 노래처럼 말하고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