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생활

[요르단] 한 장의 종이 안에 담긴 소식

anwarkim 2025. 4. 23. 12:33

 

우리는 참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손안의 작은 기계 하나로, 멀리 떨어진 이의 안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손쉽게 전할 수 있는 세상. 메시지 하나면 마음이 닿고, 사진 한 장이면 순간이 공유된다.

 

그런 시대에 나는, 종이 한 장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엽서를 생각한다.
한국에 있을 땐 엽서를 써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아마도 엽서의 묘미를 잘 몰랐던 거다.

그러다 여행을 하면서, 엽서를 쓰는 일이 조용한 즐거움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답장을 기대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내가 머문 낯선 나라의 한 조각을,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었을 뿐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도착한 엽서들을 모으며, 문득 깨달았다. 이곳, 요르단은 생각보다 우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구나 하고.

관광업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답게, 요르단에서 보낸 엽서는 꽤 빠르게 도착하곤 했다. 물론 가끔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남미 쪽으로 보낸 엽서는 감쪽같이 사라질 때도 있었지만. 그게 어디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요르단에서였는지, 그 나라에서였는지.

 

엽서 한 장을 보내는 데 드는 요금은 1JD, 우리 돈으로 약 2,000원 정도.
암만 같은 도시의 우체국에서는 바코드를 출력해 엽서에 붙여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작은 시골의 우체국이다. 그곳에선 우표를 구입하면,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직접 침을 묻혀 엽서에 붙여주신다. 요즘 보기 드문 손맛, 그 정겨운 풍경이 좋아 일부러 그곳을 찾아간다.


그 작은 공간 안에, 짧지만 신중한 글을 쓴다. 이 글을 받게 될 누군가를 떠올리며, 요르단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그날의 내 마음을 함께 담는다.

엽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그 종이가 누군가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 그 안엔 시간과 거리,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작은 사진엽서 한 장으로 요르단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어도, 그 마음만은, 그 감정만은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