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생활

[요르단] 다나, 요르단의 숨겨진 생명 이야기

anwarkim 2025. 4. 18. 14:01

 

내가 살고 있는 타필라에서 자동차로 30분만 달리면, 요르단에서 가장 넓은 자연국립공원이 펼쳐진다. 바로 ‘다나(Dana)’다. 사막 국가 요르단에서 보기 드물게 사계절이 뚜렷하고, 수십 종의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이 특별한 공간은 내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깊은 인연과 추억이 스며 있는 곳이다.

 

나와 다나의 인연은 미국의 피스코(평화봉사단) 단원이었던 ‘콘’이라는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떠난 후에도, 나는 다나에서 다양한 일들을 함께하고, 또 이어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도를 만들고, 호텔을 위한 물건을 제작하고, 때로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서빙도 했다. 이곳은 어느새 내가 봉사활동지를 넘어 사랑하게 된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

 

다나에는 여러 형태의 숙박 시설이 있다. 정부기관 RSCN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마을 협동조합이 관리하는 Dana 호텔,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아늑한 Tower 호텔까지. 이 중 Dana 호텔은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운영되며, 수익은 다시 마을의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관광이라는 외부의 힘이 마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나고 자라는 순환의 구조. 나는 그런 방식이 다나를 더욱 다나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북쪽에 위치한 루마니아 캠프는 ‘석류’라는 뜻을 지닌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고, 텐트에 머물며 야생의 밤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밤이면 전기도 없이, 인공의 불빛도 없이, 그저 수많은 별들이 말없이 내려다본다.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고요함과 어둠, 그리고 별빛의 위로가 그곳에 있다.

 

15km 정도 떨어진 서쪽 끝에는 ‘페이난 에코 롯지’가 있다. 접근하기 쉽지는 않지만, 모험을 즐기는 이에게 이보다 더한 보물은 없다. 이곳은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에코 롯지는 최소한의 불빛만을 허용하며, 저녁이 되면 촛불 아래에서 하루를 정리하게 된다. 조용하고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베두인들이 양 떼를 몰며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몇 세기 전의 삶을 엿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다나 계곡은 요르단에서도 유일무이한 지형을 자랑한다. 불과 15km의 거리에 해발 1,600m에서 해수면 아래 100m까지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희귀하다. 계곡의 층을 따라 세 개의 다른 지질층이 존재하고, 이곳은 멸종 위기의 사막여우와 아이백스, 하이에나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과거 에돔 족속이 거주하던 붉은 암벽들은 붓질한 듯 아름답고, 하루 중 빛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을 뿜어낸다.

 

이곳을 ‘요르단의 보물’이라 부르는 책이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요르단의 그랜드캐니언’이라 표현했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건, 직접 두 발로 이 계곡을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특히 다나에서는 바닥에서, 언덕에서, 벽돌 속에서 조개껍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옛날, 이곳이 바다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지형이 변하면서 바다였던 땅은 육지가 되었고, 그 땅 아래에는 풍부한 지하수가 저장되었다. 그 물은 오늘날 다나의 동식물들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꽃이 피고, 사막거북이 느릿하게 지나가며, 야생화들이 대지를 수놓는다. 그런 생명력을 보고 있으면, '사막', '무더위', '척박함' 같은 단어로 요르단을 정의했던 내가 우습기까지 하다.

 

겨울철이면 이곳은 눈으로 덮인다. 차량의 접근이 어려울 만큼의 폭설이 대지를 하얗게 감싸고, 봄이 오면 이름 모를 꽃들이 저마다 피어나 땅을 수놓는다. 자연이 살아있고, 시간마저 숨을 고르는 공간. 그런 다나를 나는 종종 찾는다. 일상에 지칠 때면 이곳으로 향해, 석양 너머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마음을 맡긴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도 다나를 ‘강인한 생명의 땅’이라 소개했었다. 정말이지, 그 표현이 이토록 절묘하게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교통편 안내]

📍 암만에서 출발

  • 암만 남부 터미널에서 타필라행 버스 이용 → 타필라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가르시아행 버스 환승
    → 기사에게 ‘다나’에 간다고 말하면 하차 지점을 알려준다.
    (요금: 암만 → 타필라 2.55JD / 타필라 → 가르시아 0.5JD)
  • 또는 암만 남부 터미널에서 가르시아행 버스를 직접 이용 (하루 1~2대 운행)

📍 페트라에서 출발

  • 페트라 → 마안 버스터미널 → 타필라행 버스 환승
    → 기사에게 다나 목적지 알리기

📍 자가 차량 이용 시

  • 타필라에서 왕의 도로(15번 도로)를 따라 페트라 방향으로 이동하면 이정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