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요소이다. 어떤 의복을 입고, 그 의복의 형태가 어떠한지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전통복장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이자 문화적 정체성의 핵심이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유명 호텔에서 한국 전통복장인 한복을 입고 출입하려던 사람이 제지당한 사건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분노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동에서 대표적인 의복으로는 ‘부르카’를 이야기할 수 있다. 부르카는 최근 여러 매체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2011년 4월 1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부르카와 니캅 등은 종교적 신념의 표현이지만, 강요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무슬림 여성들이 여전히 이러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지역 사회의 체면문화 때문일 것이다. 정숙한 여성으로 인정받고 싶기도 하고, 남편의 바람이기도 하며, 또 자신이 신앙심 깊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단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체면문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집단 속에서는 부르카와 니캅을 칭송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으로 자유롭게 지낸다. 만약 종교적 신념이 복장의 전부라면, 집 안과 밖의 모습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모른다. 부르카 안의 그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슬람 여성의 복장 종류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들이 입는 복장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 부르카(Burka): 눈을 포함한 전신을 가리며, 눈 부위는 망사로 처리된 복장
- 니캅(Niqab):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복장
- 차도르(Chador):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복장
- 히잡(Hijab): 머리카락을 가리는 두건으로, 얼굴은 드러낸다
남성 전통의복
이와 달리, 남성들의 전통 의복은 지역과 절기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대개 위아래가 하나로 된 긴 장옷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 의복은 지역에 따라 ‘솝’(요르단), ‘갈라비야’(이집트), ‘다쉬다쉬’(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불리며, ‘사르왈’이라는 바지 위에 입기도 한다.
과거에는 허리에 ‘칸자르’라는 단도를 차고 다녔는데, 이것은 남성다움의 상징이자, 신분과 부족을 구분하는 장식 역할도 했다. 현재 요르단에서는 특별한 행사 때에만 이러한 복장을 착용한다.
머리에는 ‘만딜’이라는 천을 쓰고, ‘아갈’이라는 머리끈으로 고정한다. 만딜과 아갈의 디자인, 무늬, 색을 통해 그 사람의 출신 부족과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 어깨에는 ‘아바이’라 불리는 망토를 걸치는데, 이는 옷의 기능 외에도 사막의 밤, 휴식과 수면 시 담요로도 쓰인다.
타필라 지역의 여성 복장
내가 일했던 요르단의 타필라 지역은 매우 보수적인 곳이다. 대학교 내에서도 머리카락을 노출하고 다니는 여학생을 보기 어렵고, 그 소수의 학생들은 얼굴까지 기억될 정도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히잡을 착용하고, 일부는 니캅이나 부르카를 쓰고 다닌다.
히잡을 착용한 학생들 중에서는 타이트한 옷을 입는 이들도 있고, **잘밥(Jalbab)**이라는 롱코트를 입는 학생들도 있다. 계절에 따라 옷감의 재질과 색이 달라지며, 히잡의 색감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이 연출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타필라 외의 지역, 예를 들면 암만이나 아카바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곳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타필라 버스 안에서는 종종 아주머니들이 젊은 여성들의 히잡 위치를 정리해주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 지역은 종교색이 강해, 평소 히잡을 쓰지 않던 학생들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히잡을 착용한다.
여름, 복장의 변화 그리고 일상의 풍경
요르단의 서울대로 불리는 요르단대학교에서는 히잡을 쓴 학생과 머리카락을 드러낸 학생이 균등한 비율로 공존한다. 이따금 이 대학을 방문할 때면, 타필라에서는 보기 힘든 머리카락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인상 깊다.
여름이 되면 복장은 보다 다양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신체를 가리는 면적은 거의 줄지 않는다. 대신 옷감의 재질이 바뀌고, 시원함을 추구하기 위해 토시나 망사 속옷 같은 것을 착용하기도 한다.
수업 중, 땀으로 인해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중동의 여름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걸프만 지역에서 휴가 온 여성들이 민망할 정도로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한 번은 친한 학생에게 집 안에서도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벗어버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더운 날엔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식사와 복장의 실용성
식당에서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한 여성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가 가려져 있는데, 어떻게 식사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음식을 수저에 떠서 천을 살짝 들어 입에 넣고, 입술을 닦은 뒤 다시 천을 내린다. 음료는 대부분 빨대를 이용한다. 큰 식당이나 지방 식당에는 가족석이 따로 있어서 보다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지방에는 큰 식당이 없어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결혼 후 변화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복장은 더 보수적으로 변화한다. 이는 수십 년간 익숙해진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젊은 시절 자유로운 복장과 생활을 하던 여성들도 결혼 후엔 부모 세대가 입던 복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남편이 부르카나 니캅 같은 복장을 아내에게 요구하고, 이러한 관습은 오랜 시간 내려온 전통이라 누구도 쉽게 거스를 수 없다. 요르단은 아랍이라는 연맹에 속해 있으며, 관습이 매우 강한 지역 중 하나다. 외부 문화가 유입되고 세계화가 진전되었어도, 그 뿌리까지 흔들리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마무리: 꾸란 속 구절처럼…
"예언자여, 그대의 아내들과 딸들과 믿는 여성들에게 베일을 쓰라고 이르라.
외출할 때라. 그렇게 함이 가장 편리한 것으로 알려져 간음되지 않도록 함이라."
(꾸란 33장 수라트 알아흐잡 59절)
"믿는 여성들에게 일러 가로되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나니..."
(꾸란 24장 수라트 누르 30~31절)
이 땅의 여성들이 복장을 통해 말하는 것은 단지 전통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정체성, 신념, 체면, 공동체와의 연결이 공존한다.
그 누구도 모른다. 부르카 안의 그녀들에 대해.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그들만의 삶과 철학이 존재한다.
'요르단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르단] 씨니, 씨니, 잭키찬, 칭창총, 알리바바 (0) | 2025.04.17 |
---|---|
[요르단] 한국에서 온 병균덩어리 (0) | 2025.04.17 |
[요르단] 하리수 – 요르단 생활의 실질적인 동반자 (0) | 2025.04.17 |
[요르단] 물, 사막 위의 고요한 긴장 (0) | 2025.04.17 |
[요르단] 정보는 어디에? (0) | 202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