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생활

[요르단] 물, 사막 위의 고요한 긴장

anwarkim 2025. 4. 17. 04:11

 

요르단에서 물은 곧 삶이다

요르단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물 부족 국가다.
국내에 요르단 강, 얍복 강 등 몇 개의 강이 흐르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물 사용량은 언제나 공급량을 초과한다. 그만큼 물은 이곳에서 귀한 자원이다.

그런데도 때로는 길거리나 세차장에서 마구 쓰이는 물을 보며 이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이 잊혀질 때가 있다. 아침마다 ‘하리수(집 관리인)’들은 거주자의 차를 깨끗하게 닦는다. 모래 먼지가 많은 환경 특성상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조금만 더러워져도 세차를 하는 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여주는 삶, 흘러가는 물

요르단 사람들은 외관을 중요시 여긴다. 그들의 복장이나 집 인테리어에서도 그것이 드러난다.
TV 속 중동 풍경에서 자주 보이는 순백의 전통복장.
이 하얀 옷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세탁과 다림질, 그리고 석회질이 많은 물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얀 옷을 입은 이들은 무언가를 나른다든가, 더러운 곳에 앉는다든가 하는 행동을 잘 하지 않는다.

집 역시 마찬가지다. 손님을 맞이하는 방은 화려한 쇼파, 카페트, 고급스러운 식기로 꾸며져 있다. 반면 가족이 사용하는 방은 소박하거나 때론 평범 그 이상도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남에게 보여주는 삶’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요르단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이 넘치는 풍경의 이면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종종 도시 곳곳에서 수도관이 터져 도로가 물바다가 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되지 않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관리 시스템의 부재인지, 관심 부족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의 ‘귀한 물’이 너무 허무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민의 도시, 암만

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원래 작은 도시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과 이라크 난민의 대규모 유입 이후 도시의 규모와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문제는 곧바로 ‘물’이었다. 처음에는 동쪽의 오아시스 도시 아즈락에서 수로를 연결했고, 지금은 남부의 와디럼 근처 지하수를 암만으로 가져와서 사용중에 있다.

그러나 한 번 사용된 지하수나 오아시스의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연은 공급을 늦추고, 인간은 수요를 앞세운다. 결국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희망은 해수?

최근 요르단 정부는 해수를 담수화하여 음용수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신문 보도를 통해 접한 소식이지만, 실제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술과 자본, 정치적 안정이라는 3박자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을 대하는 두 얼굴

요르단에서 물은 삶의 기본이자, 문화의 경계선이다.
한편으론 무심하게 사용되지만, 다른 한편에선 오아시스와 지하수라는 이름으로 절실히 관리되고 있다.

물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이유와 배경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